내가 듣기로는 공항이 아레나스에서 나탈레스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30 분 거리) 나탈레스로 가는 버스가 공항에 들렸다가 간다고 알고 있었는 데, 모든 버스가 그렇게 하는 건 아니고 또 그 버스를 타려면 표를 미리 사야하는 데 표 파는 곳이 푼타 아레나스에 있단다.
그래서 일단 푼타 아레나스로 가기로 했다.
아레나스행 미니버스는 자주 있는 데 요금이 3,000 페소, 내가 아는 정보로는 2,000 페소인 데...
푼타 아레나스.
마젤란 해협 중간에 위치한 이 도시는 사실상 남미 대륙의 최 남단이다.
실제 최 남단은 여기에서 남쪽으로 약 80 km 더 가야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일정을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오끼는 당초 계획대로 아레나스에 가는 거 지만 나의 원래 계획은 나탈레스에 갔다가 윗쪽 구경을 다 하고 난 후에(엘찬텐까지) 내려와서 푸에르토 몬트로 가는 페리를 타기 전에 푼타 아레나스를 돌아 볼 생각이었다.
푼타 아레나스와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사이는 버스로 3 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잠깐 왔다 가려고...
하지만 3 시간 거리를 일부러 왕복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 효율적이고, 페리를 탄다는 것도 현재의 계획일 뿐 어떻게 바뀔런지 모르는 일.... ( 인생에 내 맘대로 되는 일 있었던가? )
지금 기회가 됐을 때 봐두자 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파타고니아, 그것도 남미 대륙의 최 남단의 날씨답게 하늘엔 구름이 널려있고 바람도 살살 분다.
버스는 우리를 여행 안내소 앞에 내려 주었는 데 안내소 직원은 친절하게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처음 들렀던 호스텔엔 도미가 없었고 두 번째로 들른 Barefoot hostel 을 숙소로 정했다.
4 베드, 7,000 페소/ 인. 아침 안 줌.
숙소를 정해놓고 나와서 아오끼양과 함께 바닷가를 둘러보고 내일 펭귄투어를 찾아 봤는 데 28,000 페소짜리 투어 회사는 토요일이라서 일찍 문을 닫았고, 다른 회사( 코마파 - 이 쪽 지역에서 관광을 꽉 잡고 있는 회사 임)는 42,000 페소란다.
거의 100 달러인 데...차라리 동물원에 가서 펭귄을 보는 게 낫지...
( 그래서 펭귄 투어를 집어 쳤는 데...포기하길 잘했다... 다음 날은 종일 비가 왔으니까...)
아오끼양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감기) 함께 마트에서 장 보고 일찍 귀가했고, 나는 다시 근처의 묘지까지 갔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음.
아오끼양은 스마트한 친구인데다 요리도 참 잘 했다.
내가 사 온 소고기로 스테이크도 맛있게 구워냈고, 자기가 사 온 면과 통조림 조개로 파스타도 맛있게 만들었다.
물론, 반씩 나누어 먹었다. 내가 갈라마에서 가져 온 작은 와인 두 병과 함께...
바깥 날씨는 추웠지만 숙소는 그리 춥지 않았다.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하지만 1 층의 내 방은 바로 옆이 간선도로라서 밤새도록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가 요란했는 데, 2 층에 있었던 아오끼양은 그런 걸 몰랐단다.
다음에 이 호스텔에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아참! 담배는 대문 밖 길가에서 피워야 함..)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흐리다.
아니, 비가 온다.
비가 내리면 대개 구경하는 걸 포기해야 하지만 일정이 바쁜 나로서는 그럴 수가 없다.
컵라면 하나 먹고 우비를 입고 터미널에 가서 나탈레스행 버스표를 샀다.( Fernandes 회사,
오후 1 시 출발.)
버스 회사마다 터미널이 다른 데 다른 회사는 9, 11, 15, 19 시 출발이라서 안 샀다.
표를 산 후에 이정표가 있다는, 그리고 푼타 아레나스가 내려다 보인다는 언덕을 찾아 올라 갔는 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언덕 위에서 본 푼타 아레나스.
광장 한 가운데 있는 마젤란 동상.
마젤란의 발밑에 인디오가 있는 모양인데...
인디오의 발에 키스하면 다시 이곳에 올 수 있다고....(나는 그냥 만졌으니 못 오겠지?)
다시 시내로 내려와서 안내소( 광장에 있는 안내소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문 닫혔슴)에서 신라면 가게( 코리언 레스토랑이라고 하니까 모른다. 라면 누들 레스토랑이라고 하니까 알아들음.)와 표지판 이 있는 위치를 물어보고 다시 언덕을 찾아 올라갔다.
비를 맞으며...
그냥 비는 괜찮다.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저녁에 비를 맞아 봤는 데 시원하고 좋았다.
하지만 여기의 비는 그게 아니다.
찬비.
걷는 내내 윤 정하의 '찬비 ' 노래가 생각났다.
거리에 찬 바람 불어 오더니..
한 잎 두 잎 낙엽은 지고...
내 사랑 먼 길을 떠난다기에
가라 가라 아주 가라 했네.
갈 사람 가야지, 잊을 건 잊어야지
찬비야 내려라, 밤을 새워 내려라.
그래도 너 만을 잊을 수 없다.
너무 너무 사랑했었다.
표지판은 그냥 언덕 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상에서 약간 아래의 어느 집 담장에 서 있는 기둥에 있었다.
살짝 인증 사진을 찍고...
점심도 먹을 겸 해서 신라면집을 찾아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 일요일)
다시 묘지로 가서 어제 어두워서 못 찍은 사진을 찍고 숙소로 부지런히 돌아와서 바쁘게 라면 한 개 삶아먹고 짐 싸들고 터미널로...( 12 시 55 분, 버스출발 5 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