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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 7 일 저녁 8 시 40 분.
산티아고 행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출발했다.
버스는 아주 편해서(아랫층 까마) 장거리(약 22 시간) 운행에도 지장이 없어보인다.
까마 버스.
새벽 4 시, 코피아포에 도착했고, 아침 10 시경 라 세레나에 도착했다.
버스 화장실에 환기가 잘 돼서 담배를 피워도 괜찮다.
다만, Tepsa 버스는 충전용 콘센트도 있고 먹을 것도 잘 줬는 데
TUR 버스는 쥬스와 비스켓만 준다.
엇저녁에 샌드위치 사 먹기를 잘했다. (작은 가방엔 항상 간단한 요깃거리를 가지고
다닌다. 언제 어떤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까)
버스는 시속 100 km 를 넘지 않는다. 90~98 km /h 의 속도.
황량하던 창밖의 풍경도 라 세레나를 지나면서 녹색으로 변했다.
농장들도 보이고...
( 왜 '라 세레나'일까?... ' 김 세레나'도 있는 데...)
12 시 반 쯤 나까(?) 라는 도시에 도착하니 빵장수들이 나타났다.
이후엔 산티아고에 도착할 때까지 완행처럼 자주 정차해서 손님을 태웠다.
이름 모르는 어느 터미널.
17: 40 분, 산티아고 터미널에 도착 ( 21 시간 걸렸다).
촌 동네만 다니다가 와서 그런지 산티아고 터미널이 무척 크게 보인다.
3 층의 화장실(300 페소)에 가서 대충 얼굴정리하고 고려민박에 가기 위해서
터미널 지하에 있는 지하철역(산티아고 대학 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650 페소) 반대편 출입구에 서서 다음 환승역이 어디쯤일까 하고
노선도를 쳐다보고 있는 데, 앞에 메고있는 힙색에서 이상한 느낌이 와서
내려다보니 바로 앞에 서있는 친구가 내 가방의 지퍼를 반쯤 열고있다.
얼른 손으로 채고 노려다 보니 저쪽으로 피하더니 다음 역에서 내렸다.
아휴~ 다행!
아까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내가 작은 가방을 뒤에 멨더니 옆자리의 도적놈 인상을 한
친구가 어깨를 툭 치면서 뒤에 메지말고 앞으로 메라고 충고( 알지도 못하는
스페인말이었지만..) 해 준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사실 내 힙색을 뒤져봤자 도적놈에게 도움 될 물건은 별로 없다.
나에겐 꼭 필요한 물건인 여권과 안경,세면도구,작은 수건, 충전기, 프라스틱 포크와
나이프, 간식,모자 챙에 붙이는 랜턴,다음 행선지의 정보를 출력한 종이, 메모장,
그리고 깊숙히 숨겨놓은 약간의 달러( 이건 소매치기의 대상이 못된다,
한참을 찾아야 하니까...).
Patronato 역에서 내려서 두어번 길을 물어서 고려민박에 도착.
도미트리에 아가씨들이 있다면서 트리플 룸을 주었다.
500 페소 추가해서 12,500 페소... 괜찮다.
고려민박은 초록색 건물이며 바로 옆에 중국식당 ' 다리원 ' 이 있다.
아주머니가 저녁은 카레라이스를 해 주셨고, 다음날 아침은 콩나물 국, 두부조림, 김,
김치 삶은 것을 해 주셨다.
와이파이는 보통 수준, 침실에 딸린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실 수 있다.
더운 물도 잘 나오고, 수건도 주고... 방 바닥이 나무 마루라서 움직일 때마다
삐걱소리 나는 것이 흠이라면 흠...
3 월 9 일(토).
10 시 40 분 발 푼타 아레나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7 시 반 쯤 숙소를 나서려고
하는 데, 일본 아가씨 아오끼도 같은 비행기를 탈 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전철+공항버스(650+1,600 페소)를 포기하고 같이 길거리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아주머님 이야기로는 하루 전에 미리 숙소에 이야기하면 공항까지
택시가 12,000 페소라고 했는 데 우리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물어보니
역시 12,000 페소 달란다....오케이! 1 인당 6,000 페소니까 괜찮다.
산티아고 공항.
공항에 알맞게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09 : 50 분에 비행기 탑승.
탑승 전에 아오끼에게 커피 한 잔 사줬다. 왜? 나는 커피를 잘 안마시지만 와이파이를
쓰려면 커피집에 돈을 줘야 하니까....
체크인 하고서 보딩 상황을 보려고 어느 모니터 앞에 섰는 데, 앞쪽에서 오던 어떤 친구가
내 뒷쪽에 붙는 것이 느껴졌다.( 작은 가방을 뒷쪽에 멨었다)
그래서 뒤돌아 보지도 않고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뒤돌아 보니 따라오다가
슬그머니 다른 쪽으로 갔다.
산티아고가 이런 곳이다.
10 시 20 분에 산티아고를 떠난 비행기는 11 : 50 분에 푸에르토 몬트에 도착했다.
여기서 약 25 분 쉬면서 손님들 내리고 타고... 다시 12 : 30 분에 몬트를 출발해서
14 : 30 분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했다.
몬트에 오기 전 까지는 구름이 없어서 멋진 산악지형을 구경했는 데,
몬트 이후로는 구름밖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왼쪽 창가가 구경하기 좋다고 해서 왼쪽을 택했는 데 날씨만 좋다면
몬트 이후의 파타고니아를 감상하기엔 오른 쪽 창가가 더 나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긴 칠레의 북쪽에서 남쪽 끝까지의 이동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