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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코톤 호수 (khoton nuur)
    동북아여행 2022. 10. 30. 17:52

     

    8월 2일 (토)

    호수에 가기로 한 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아주 맑다.

    고심끝에 날을 잡았는데 날씨라도 좋아야지..

     

    7시에 약속한 짚차가 왔다.

    차 안에 어떤 학생이 타고 있다.

    나 혼자 대절을 했는데 왠일인가 했더니 운전사의 아들이란다.

    11학년이라고...

    영어를 약간 배웠으니 데려 온 듯 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가 극히 제한적이라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이 녀석이 없었으면 운전사와 나 사이에는 캄캄한 절벽만이 있을 뻔 했다.

     

    사람에게는 예감이라는 게 있다.

    코톤호수가 뭐 볼게 있다고 160달러나 들여서 가야하나 하고 망설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망설이던 일을 하다보면 예기치않은 나쁜 일들이 생기곤 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일을 피하는 방법은...기도하는 거.(기도가 항상 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차를 타고 가면서 기도를 했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54세라는 운전사는 내 나이랑 비슷해 보였는데 운전은 참 잘 했다.

    울퉁불퉁한 커브길을 돌때도 차가 전복이 될까 두려울 정도로 달렸는데

    익숙한 길이라서 그런지 안정적으로 운전을 했다.

     

    출발 후 시내를 벗어나서 비행장으로 가는 길을 가다가 비행장 앞에서 비포장길로 접어들었다.

    지도상에 나타난 길과는 조금 다르게 간다.

    지름길인 거다.

    조금 더 가니 푸른 초원이 나오고 낙타떼도 보인다.

    이 지역 대부분의 초원은 황폐화 되었는데 여기는 비교적 푸르다.

     

    그런데 한참을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90도로 우회전을 해서 초원의 길도 없는 길을 한참 달린다.

    " 이거...혹시 납치? "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알고보니 운전사가 길을 잘못 찾아들었던 거다.

     

    울기로 오던 때의 버스 운전사도 그렇고, 이 운전사도 전문적으로 다니는 길에서 길을 잃다니...

    그 정도로 몽골 초원에서의 운전은 어렵다.

    우리나라의 여행자 중에는 몽골에서 차를 렌트해서 다니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던데...

    여기서는 운전자를 딸리지 않고는 차를 빌려주지도 않지만,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잘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네비게이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발 후 1시간 20분쯤 되어 비루 라는 비교적 큰 마을을 지났다.

    그리고 다시 약 40분을 달려서 크슈트 마을을 지났다.

    크슈트 마을을 지나자 마자 홉드강 줄기에 푸른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같은 곳이 나왔다.

    게르도 몇채 있고...

     

    출발 후 2시간만에 강변의 샘터 옆에 정차.

    운전사는 차에서 내려 빈 페트병에 물을 채운다.

    나는 담배를...

    운전사가 담배를 안 피우니 이제서야 한대 피운다.

    담배를 피우는 운전사라면 더 좋았을텐데...그는 카자크인이고 무슬림이었다.

     

    크슈트에서 부터는 계속해서 홉드강 줄기를 따라간다.

    초원과는 다르게 강줄기를 따라가는 길은 돌들도 많고 길도 구불구불하다.

    한시간이 넘게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  코튼호수로 가는 지름길로 접어든다.

    군데군데 돌 무더기가 있는데 무덤이라고...

     

    드디어 멀리 설산과 함께 호수가 보인다.

    지금 보이는 호수는 쿠르간 호수.

    모기가 많다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호수다.

    쿠르간 호수를 왼쪽에 보면서 한참을 더 올라가니 드디어 코튼호수가 나왔다.

    6시간을 예상했는데 4시간 20분 걸렸다.

     

    카자크인들의 게르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여기서 다리를 건너 가야하는데 

    호수의 경치를 보려면 이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호수를 따라 올라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차를 내렸다.

    운전사는 다리 부근에서 아들과 함께 낚시를 하려는 눈치이길래 차를 보내고... 

    나는 걸어서 내려 가다가 다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들꽃이 피는 계절이 조금 지나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원하던 모습 - 들꽃이 만발한 뒷편으로 푸른 호수가 있고 그 뒷 배경으론 설산이 있는 곳.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만족.

    저 설산들의 넘어엔 중국이다.

    내가 내일 모레 가야 할 곳 ...

     

    천천히 사진을 찍으면서 하류로 내려오다 보니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있는데 고기도 제법 많이 잡았다.

    여울이라서 큰 고기는 없었지만...

    조금 더 내려오니 우리 짚차와 운전사가 보였다.

    벌써 한마리 잡아서 구워먹고 철수준비를 하는 중...

    나는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했는데...

    고기를 좀 더 잡으시지...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점심을 먹으려고 앉기에 적당한 바위를 찾아보니 온통이 소똥이라서 쉽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2시쯤에 출발.

    아침에 올 때 근처에 디어스톤이 있으면 보려고 물어봤더니

    운전사나 아들이나 모두 디어스톤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왔는데

    오는 길에 내가 보아 둔 것이 있어서 가는 길에 차를세우고 보니 맞다.

    아들도 처음 봤는지 디어스톤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디어스톤( Deer stone) : 청동기와 철기시대부터 있던 비석.

                                         사슴문양을 절묘하게 조각해 놓았는데 몽골 전역에 분포함.

     

    돌아오는 길에는 울기시내 입구에 있는 홉드강 다리에서 내려서 걸어왔다.

    그런데,

    종일 비포장도로에 시달린데다, 짚차의  히터 더운바람 댐퍼가 고장이 났는지 계속해서

    뜨거운 바람이 발쪽으로 불어 준 바람에 살짝 몸살기운이 생겼다.

    혹시 병이 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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