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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몽골 대륙횡단 - 울란바타르에서 바얀울기까지(2)동북아여행 2022. 10. 30. 16:45
UB출발(15 :30) - 바얀 홍고르(다음날 05 :30) - 알타이(17 :00 ) - 홉드 (3일차 06 :00 ) -울기 (12 :30)
7월 27일 (일)
울기행 버스는 오후 3시에 있으니까 일단 호스텔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시내 남쪽을 구경하려고 나섰다.
지도상에는 수흐바타르 광장 남쪽에 공원같은 것이 보였는데 가 보니까 못찾겠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강남으로 갔다.
사실은 지도에서 본 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갔던 것인데...
그냥 생활하수가 흐르는 개천이었다.
강 남쪽의 뒷산에는 사진에서 본 징기스칸 모양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여기까지 걸어오니 다리가 아프다.
다리를 건너 다시 시내쪽으로 가는 시내버스 번호를 기억해 두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갔는데
장난아니게 멀다.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근처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어제 인출한 돈으로 울기행 버스표(8만), 숙소비(1만 8천) 담배 한보루(2만5천)등을 지출하고 나니 아무래도 돈이 모자랄 것 같아서
ATM 에서 20만 투그릭(11만원)을 인출...인출 수수료가 7천 투그릭..
한국에서 가져 온 (페리의 면세점에서 산)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1시 반에 터미널로 출발을 했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세시간이나 지났지만 따로 추가 요금은 받지 않았다.
숙소 앞 아파트 지붕 아래에 구멍은 비둘기 집...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한쪽 그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2시 30분 경에 버스를 찾으러 갔다.
줄지어서 대기하고 있는 큰 버스들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울기행은 보이질 않는다.
큰 버스의 표를 받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큰 버스 뒷쪽 건너편으로 가라고 한다.
알려준 쪽으로 가 보니...
헉!
이걸 타고 이틀동안 비포장도로 1,640 km 를 가라고?
"아득하다"는 말이 이럴때 쓰라고 생긴 거 아닐까?
한숨이 나왔다.
이틀간의 긴 여정이라서 침대버스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관광버스 의자 정도는 기대를 했는데..
마을버스보다도 못한 의자...
거기에다 의자 깔판은 제멋대로 돌아다녔다.
이 버스들 사이를 누비며 울기행 버스를 찾아 봤는데...
내가 타고 갈 버스는 바로 ...여기에...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소처럼... 표를 받는 운전사의 손에 등 떠밀려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또 버스가 아니다...화물차.
24인승 버스의 뒷쪽 좌석은 모두 화물과 승객들의 가방으로 채워져 있고 통로 바닥에도 쇠막대기와
자동차 타이어등이 깔려있다.
버스 승강구 앞 땅바닥엔 저울이 있는데 아마도 화물의 무게를 다는 듯 했다.
출발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안 떠나더니 드디어 마지막 화물이 왔다.
중고차 범퍼.
저걸 어디다 실어?
아무튼 싣고 3시 20분에 터미널을 출발했다.
출발 20분 후 주유소에 들려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연료통이 두개) 따로 스페어 통에 기름을 담아
화물칸에 싣고 출발...
출발 두시간이 지난 5시 반 경에 (120 km 지점) 길옆 수풀이 무성한 곳에 정차를 하더니 볼 일 보는시간...
그래도 적당한 수풀이 있는 곳에서 볼일을 본 것은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주변 경치는 참 좋았다.
다시 출발을 해서 3시간을 달린 저녁 8시 반경에 어느 식당에 도착.(250 km 지점)
이 식당이 울기까지 가는 동안에 제대로 된 식당 중에 마지막으로 본 식당이다.
나는 적당히 눈치를 보고 노구르 라는 음식을 시켰는데 나름 괜찮다.
양고기 + 당근 + 감자.
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 건너편 뒷좌석의 히잡을 쓴 여자가
영어를 조금 한다.
그리고 운전사 뒷자리의 아줌마( 이름이 "둥가" )는 아주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이제 조금 편하게 됐다....ㅋㅋ
차는 평균 시속 4~50 km 정도 될까 말까 한 속도로 달렸다.
1,640 km 를 가려면 40 시간쯤 걸릴텐데...그러면 모레 오전에 도착을 하는 걸까?
언제쯤 도착을 하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앞으로 남은 40 여 시간 중에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 런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일테니...
아직까지는 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군데군데 패인 곳이 너무 많아서 날이 어두워지자
차의 속도가 더 느려진다.
약 350 km 지점에서 비포장 도로에 들어섰는데 가끔은 포장도로도 잠깐씩 나왔다..
낮에는 두어시간마다 용변을 위해 정차를 하더니 밤이 깊자 계속해서 달린다.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캄캄한 밤에 어떻게 길을 찾아가는지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고...
실내는 등을 모두 꺼놔서 아주 캄캄한데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을 한다.
둥가 아줌마가 나더러 따뜻하게 입으란다.
반바지에 반팔은 나 뿐...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긴 옷은 뒷쪽 화물 속의 가방에 있는 데...
한 밤중에 정차를 했을 때 본 하늘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 듯이 보였다.
버스안의 식구들...
7월 28일 (월)
새벽 5시 30분,
바얀 홍고르에서 주유만 하고 통과.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비포장길...
이후 1시 반까지 7시간이 넘도록 아무것도 없는 평원을 계속해서 달렸다.
(아침 식사도 거른 채...각자 해결.)
약 두시간마다 한번씩 볼일보는 시간 외에는...
볼일을 볼 때는 버스를 기준으로 남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여자들은 다른 쪽으로 멀리 가서...
도중에 운전사가 길을 잘못 찾아서 왔던 길을 약 20 분정도 되돌아 가더니 여러개의 길을
가로질러서 제길을 찾았다.
초원의 비포장 길은 울퉁불퉁 하다보니 옆으로 새로 길을 내서 다닌 흔적이 수십 갈래 있는데
처음에는 살짝 갈라졌던 길이라도 한참을 가다보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될테니
노련한 운전사도 가끔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이곳의 초원은 울란바타르등 동부의 녹색 초원과는 다르게 약간 사막화 되어가는 초원의 느낌이다.
자잘한 자갈들이 섞여있는 들판에 짧은 풀들이 드문드문 나 있다.
그런데 정말 무지무지하게 넓다.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을 10 여개 지났는데 거기가 거기 같다.
개울도 건너고...
오후 1시 30분 쯤 몇개의 게르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게르가 식당인 듯...
오래 정차하는 틈을 타서 화물속에서 내 가방을 꺼내어 청바지와 긴팔 셔츠를 꺼내 입었다.
그러구 보니 이 사람들의 점심시간이 참 길다.
아마도 마유주를 마시느라 그런가 보다.
게르 식당.
오늘밤은 또 어떻게 지샐까?
고생을 즐기려고 내가 택한 길이지만 생각보다도 힘든다.
그래도 속으로는 히쭉 웃는다. 그리고 즐겁다.
이런 길을 가는 한국인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없을 걸?...비행기 타고 가지...
몽골내 버스노선 가운데서 제일 긴 구간...몽골인도 비행기나 타고 갈 노선이다.
3시 가까이 되어 다시 출발한 버스는 또 계속 달리더니 깜빡 조는 사이에 포장도로위를 달린다.
그리고 나타난 도시 알타이.
만 하루를 고생하며 달려 왔는데 이제 겨우 알타이라니...( 울란바타르로부터 약 1,000 km )
큰 도시(큰 도시라도 인구 2~3만) 직전 4~50 km 부터는 도로가 아스콘으로 포장이 되어있다.
울란바타르 방향으로만 그렇고 외곽방향으로는 시내만 벗어나면 비포장...
알타이 시내를 들어가기 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시내를 통과하려는 데...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외국인 커플이 배낭을 멘 채 차를 세운다.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경찰이 오더니 운전사를 결찰서로 데리고 갔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 사이에 그 외국인들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한참 후에 운전사가 돌아오고 버스는 다시 출발.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거기에 아까의 그 외국인 커플이 기다리고 있어서 태웠다.
그들은 불가리아 인 이었는데,
내가 앞으로 지나게 될 볼간 국경으로 가기 위해서 홉드 못미쳐에 있는 작은 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국경을 넘으려면(볼간까지 가려면) 홉드까지 가서, 거기서 출발하는 볼간행 차를 타고 와야지
중간에서 타려면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주었지만 , 그들은 나름대로 고집이 있어서
다음날 새벽 3시의 한 밤중에 아무것도 없는 길가에 내렸다.
오후 5시 30분, 알타이를 출발해서 도중에 저녁식사 시간이라도 주려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저녁 9시경에 도착한 어떤 가게에서 운전기사만 작은 고등어 통조림을 한개 먹고 그냥 출발.
나는 할 수 없이 맛밤 한봉지와 크래커, 그리고 보드카 두모금( 차안에서 처음.)으로 저녁을 때움.
그런데...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서 버스가 섰다.
고장났다.
전조등이 안들어오는 것이다.
운전사는 차 핸들 아랫쪽을 뜯고 전선을 주물럭거리기 시작...
고칠 수 있으려나...
결국 한시간 만에 고쳐서 다시 출발.
새벽 3시,
어느 길가에 차를 세우길래 보니까 경찰차가 건너편에 있다.
이 밤중에 무슨일 일까?
알고보니 버스 뒤 짐칸의 화물을 건네 받으러 온 거였다.
화물을 건네받은 경찰차는 곧 떠났고...
그제서야 잠자던 불가리아 커플이 깨어나서 버스에서 내렸다.
조금 일찍 깨었더라면 경찰차를 얻어타고 마을로 갈 수 있었을텐데...
(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방향도 알 수 없는 캄캄한 밤중에 내렸으니...우짠다냐...
운전기사가 "홉드는 조오기~" 라며 가까운 듯 말하기에 곧 도착하나 하고 기다렸지만 6시 경에
홉드 도착.
7월 29일 (화)
홉드에 도착해서 1명이 내렸다.
울란바타르에서 출발해서 처음으로 한명이 내린거다.
그것도 터미널에 들어가서 내린 게 아니고 그냥 길가에서 내려주고 버스는 계속 달렸다.
이 친구들은 아침밥은 아예 잊고 사는 가 보다.
홉드에서 울기까지는 약 220 km,
시속 40 km 로 잡고 5시간 남짓이면 될테니 약 11시 쯤이면 도착을...
나의 잔 머리는 잽싸게 계산을 했다.
하지만 둥가 아줌마는 12시가 넘어야 도착할 거라고 우긴다.
내기할래?
홉드에서 울기로 가는 길은 산악지대로 올라가는 길이라서 속도가 더디다.
나무 한그루, 풀도 거의 없는 산이지만 매끈하면서도 웅장하게 솟은 모습이 아름답다.
멀리 설산도 보이고...
바람도 강하고 매우 춥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약간은 누우런 또는 가뭄에 마른 풀들이 넓게 깔려있는 구
릉이 끝없이 뻗어있는 모습을 보니 중국 쓰촨성의 고원지대를 보는 듯 하다.
그러구보니, 이곳도 티벳불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러시아의 울란우데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었으니...티벳불교 내지는 티벳문화의 세력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이 간다.
나중에 중국 국경을 넘기위해 다시 돌아와야 할 홉드를 떠난 지 6시간이 지난 12시 30분에
울기에 도착.
둥가 아줌마에게 부탁을 해서 호스텔(Travelers' guest house)에 전화를 했더니
차를 가지고 나왔다.
울란바타르에 사는 민이 엄마에게 부탁을 해서 미리 예약을 했는데
어제 도착을 할 줄 알았단다.
오는데 이틀이 걸리는 걸 민이 엄마가 예상을 못했겠지...
게르모양의 숙소는 꽉차서 나는 그 옆의 기념품 가게로 썼던 방에서 자기로 했다.
혼자서 쓰니까 더 좋고... 더구나 이 방에는 전기 곤로도 있다.
Travelers' guest house : 게르형 게스트하우스 10,000 투그릭/ 인
9942- 4505
울기 시내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에 주유소가 5개 나란히 있는데
5번째 주유소 바로 뒤에 있다. 주인아줌마 친절하고 영어 잘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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