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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새벽 5 시,
리탕으로 간다는 두 사람을 호스텔에 남겨놓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혼자 가방을 끌고 가려니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서 금방 도착했다.
터미널이 작은 건물의 안쪽에 있는 데다 대문을 닫아 놓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는 데
마침 일찍 문을 연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손으로 가르키며 뭐라고 하는 데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중국여행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중국어를 조금 배워서 필요한 질문은 할 수있는 데..
문제는 상대방의 대답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는 거.
가게주인이 말한 곳에서 30 여 미터를 가니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이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물어보니 식당 뒷편이 터미널인데 대문은 5시 30분에 연단다.
만두와 쌀죽으로 아침을 때우고 나니(8원) 문이 열려서 캉딩행 차표를 샀다.(125원)
식사 도중에 길옆에 세워둔 빵차기사가 와서 캉딩까지 200원인데 타라고 해서 솔깃했다.
캉딩까지의 죽음의 비포장길을 감안하면 빵차 타고 가는것이 좋을 것 같았는 데
손님이 다 차야 간다고 해서 포기.
아침 6시에 버스 출발.
따오청에서 캉딩으로 가는 버스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리탕까지의 세시간 길은 괜찮았다.
도중에 높은 언덕을 오르니 티벳 냄새가 나는 넓은 고원이 펼쳐져 있었고
리탕에 거의 다 갔을 때는 바위산에 티벳에서 흔히 보는 깃발이 ( 이름이 뭐더라?) 잔뜩 걸려있는 것을
보았는 데 아마도 조장(鳥葬)하는 곳인 것 같다.
리탕 부근의 고원
황량한 고원에 자리잡은 리탕.
리탕 터미널에는 시위진압 무경들이 진을치고 있었는 데 시국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리탕을 떠나자 마자 시작된 비포장 도로는 이후 약 8시간, 신두차오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차라리 그냥 비포장 도로라면 그나마 나을텐데 전 구간이 길을 파 헤치고 도로공사 중이었으니
그 길 위를 달리는 버스, 그것도 제일 뒷자리에 탄 나로서는 그야말로 죽음이었다.
지그재그, 고도 4,000 미터가 넘는 악마의 고갯길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한 두팀이 아니라 수를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엇그제에 따오청으로 올때, 오늘 캉딩으로 가는 도중에 본 자전거 여행자가 200명도 넘을 것 같다.
간혹 외국인도 있었지만 거의가 중국인들...
중국인들에게도 이젠 많은 여유가 생겼나보다....(인구가 많으니...)
산악지방 길에도 가끔 검문소가 있어서 승객 전원의 신분증(통행증)을 검사했다.
따오청으로 올때는 독일인 관광객만 조사했는 데 캉딩에서 루딩 가는 길에서는 유일한 외국인인 내 여권을
기록하고 돌려주었다.
지긋지긋 했던 비포장 도로는 신두차오에서 끝나고 이후로 두시간, 캉딩까지의 도로는
아주 좋았을 뿐만 아니라 높은 설산을 구비구비 돌아서 주변 경치도 좋았다.
캉딩 부근의 설산.
캉딩에 도착하니 오후 7 시.
따오청 호스텔에서 소개해 준 캉딩 콩가 유스호스텔은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있었다.(일인실 80원)
호스텔은 대체로 깨끗하고 실내에서 와이파이도 잘 되었으나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하고 터미널에가서 내일아침 9시 발 쳉두행 버스표를 구입.(135원)
내가 타고 왔던 버스는 쳉두까지 가는 버스였는 데 새벽 두시에 쳉두 도착한단다.
버스 운전은 두명의 운전사가 교대로...
캉딩 버스터미널 앞. 캉딩은 미국의 요세미티 계곡을 연상할 정도로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다음날 아침 9시에 캉딩을 떠난 버스는 한시간 정도를 좋은 길로 달린 후 큰 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도로공사로 인한 나쁜 길을 달렸고 도로공사는 루딩까지 이어졌다.
강과 계곡을 낀 도로는 아름다웠고 길이 4,170 미터의 이랑산(二郞山) 터널을 지난 후 만나는 계곡은
멋진 숲과 꽃, 계곡물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웠다.
산악지대를 어느정도 벗어나니 시멘트 공장이 보이는 야안이 나왔고 점심 식사를 위해 잠시 휴식 후
경곤(京昆)고속도로를 타고 쳉두로....아주 큰 강을 건너서...
캉딩에서 출발한지 8 시간 만에 쳉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야딩을 같이 갔던 중국인 부부와 같은 버스를 탔는 데 쳉두에 내려서 같은 호텔에 묵으려고 했더니
하룻밤에 200원...
포기하고 미리 검색 해 두었던 지화자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해서 위치 물어본 후
지하철을 타고(3원) 찾아갔다. (1호선 남쪽 끝 쓰지청(世紀城)역에 내려서 오토바이 8원주고..)
지하철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다.
지화자 게스트 하우스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세명의 경상도 총각들이 운영하고 있는 데 새로 단장해서
깨끗하고 인터넷도 잘 되고 저렴...
몇끼 식사도 얻어 먹었다. ( 소문내지 말랬는 데...)
엉겹결에 꼬치구이도 왕창....
여기에서 구채구 3박 4일 관광(650원)과 23일 오후 텐진행 항공권을 부탁했다.
캉딩 - 루딩사이의 계곡은 래프팅 사업을 한 번 해 볼까 할 정도로 수량, 경사도 적당하고
물도 맑고(흙탕물이 아니라는 거) 주변 경치도 좋았다.
쳉두행 버스...중국에서 타 본 시외버스 중 제일 컸다.( 다른 버스들은 모두 작았으니까..)
야안 근처의 시멘트 공장.
드디어 쳉두에 도착...
쳉두시내의 어느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