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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목)
오늘은 저녁에 장강 크루즈를 떠나는 날.(럭셔리한 크루즈는 아니지만...)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숙소근처 道門口 버스종점 부근에 있는 단골 식당으로 가서
만두와 쌀죽으로 아침식사.
배타러 가는(여행사에 모이는)시간이 저녁 6시라서 12시쯤 체크 아웃하고 숙소에 짐을 맡겼다.
숙소 여직원이 소개한 삼협투어를 마다하고 내발로 걸어가서 다른 여행사에서 투어를 계약했으니
조금 미안해서 양해를 구했더니 쾌히 괜찮단다.
"우리는 장기간 하는 배낭여행이라서 예산이 넉넉치 않으니 이해해다오"
"얼마에 했는 데?"
"3박4일짜리, 1등석(2인실), 1인당 900원, 장비묘와 삼협댐 투어 포함"
"와우!"
자기가 제시했던 가격보다 훨씬 적으니 놀랄 수 밖에...
그러나, 장강삼협을 다니는 관광선의 서비스나 수준,코스, 그리고 포함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단순하게 금액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외의 투어는 하지않고 소삼협 투어만 배안에서 신청해서 하기로 했다.
대체로 정박지의 투어는 배안에서 가이드가 권하는 데 따라 선택해서 정하는 게 저렴하고 좋을 듯 하다.
오후 시간을 메우려고 871번 버스를 타고 신성(新城)이라는 동네까지 갔다 왔다.
거기엔 큰 병원이 있었고...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 구경을 하고 줄줄이 연도 샀다.
5시 20분경 숙소를 나와서 부두로 걸어갔다.
부두 앞 가게에서 여러가지 먹을 것들도 사고...
여행사에 가니 목에 거는 표찰을 주면서 부두에 정박한, 우리가 타야 할 배를 알려준다.
운춘(云春)호
멀리서 보니 대형 크루즈선에 비해 초라해 보인다.
4층짜리 야트막한 배니니까 최소한 바람불어 뒤집어지는 일은 없을 터...
(사실 장강의 대형 크루즈선을 보면 폭에 비해 너무 높아서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부교를 건너 배에 오르니 우리 방은 3층.
표찰에 우리 방 번호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배 안의 안내도를 보니 1등실은 조금 더 넓은 방인 거 같은 데...
아무튼 2인실이니까 된거지...(안내도는 오래전에 만들어 졌을테니...)
실내의 화장실은 비교적 깨끗했다. 샤워도 있고...
밤 9시에 출항.
그 사이에 중경의 장강 야간투어를 하는 배들이 색색의 등을 밝히고 지나다녔다.
중경의 야경을 보면서 천천히 하류로 흘러간다.
강 양쪽으로는 뱃길을 인도해주는 등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강물위에 떠 있다.
한쪽은 파란 등불, 다른 쪽은 하얀 등불...
배는 제법 빠르다.( 약 10노트 정도...)
가끔씩 안내방송이 나오긴 하는 데 중국어만 나오니까 그냥 무시하고...
여행 가이드가 방마다 다니면서 내일 아침에 도착할 풍도귀성의 투어참가 여부를 묻는데
우리는 소삼협만 갈거니까...패스.
신라면 2개를 삶아먹고 푹 잠.
3월 27일 (금)
아침 5시 쯤 기상. 푹 잘 잤다.
06:30경 풍도귀성 부두에 도착했다.
다른 배들도 여러척이 있다.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배에 남았는 데
잠시 후에 배의 엔진과 전원을 모두 꺼 버렸다. (비상등만 켜있고)
따라서 물도 안나온다. 화장실에도...
풍도귀성 부두. 크루즈선 가까이 가니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잡히는 데...아쉽게도 비번이 걸려있다.
나는 투어는 안하지만 부두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가게들이 여럿있다.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투어 시간이 06:30-09:30 이라더니 11시가 넘어서 돌아오는 승객도 있다.
별로 볼거리도 없어 보이는 데...
11:40분 출항.
중경에서 21:00-22:00 사이에 여러대가 출항을 했으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계속 항해를 한다.
올라가는 배들도 여럿 보이고 화물선도 많았다.
한진 컨테이너를 실은 배도 보이고, 승용차 24대를 실은 트레일러를 실은 배도 보인다.
저렇게 긴 트레일러는 처음 본다. 대단한 중국인들....
3시간 반쯤 가서 충현( 忠县), 완저우까지는 4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강물은 잔잔하고 주변 경치도 그런대로 괜찮다.
단기간 여행자라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우리처럼 보름간의 강행군을 한 입장에서는
모처럼 갖는 휴식의 시간이고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래서 빨래도 하고, 잠도 싫컷...
점심은 선내 식당에서 사먹었는 데, 식권은 1층 로비에서 판매(25원)
조금 비싸긴 했지만 돼지고기도 잔뜩들은 요리가 맛도 괜찮다.
다 먹지 못하고 남은 요리를 따로 싸오고, 밥도 그릇에 담아 왔다. 저녁에 먹으려고...
7시경 즉석 미역국과 함께 저녁을 먹으니 푸짐하다.
오후 7시 30분경에 완조우를 지난다.
상하이나 홍콩이 울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준다.
양자강변의 이름없는 도시가(우리 기준으로...) 이렇게 크고 화려하다니...
2박 3일 투어를 하면 중경에서 여기까지 버스로 와서 이곳에서 배를 탄다.
역시 3박 4일짜리가 좋은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장비묘.
장비묘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크루즈 비용에 포함되어 있으니 구경하면 되는 데 이형은 귀찮다고 배에 남고 나만 갔다왔다.
어두워서 주변 사진은 못 찍고 못보고...
도원결의를 한 3형재 중 관우가 먼저 죽자 유비는 동오정별에 나선다.
사천성 낭중에 주둔하고 있던 장비에게도 출정 명령을 내렸는 데, 추상같은 장비의 준비명령에 겁먹은
부하 장수 2명(범강,장달)이 장비가 술을 마시고 잠든 사이에 목을 베어 들고 동오쪽으로 달아나다가
(항상 술이 문제로다...) 장강 운양 부근에서 동오와 촉이 화해무드로 접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비의 목을 강물에 던져버렸고, 이를 어부가 주워서 고히 장사를 지내 주었다.
그래서 장비의 묘는 두 군데에 있고, 운양의 장비묘는 장강을 지나는 배들의 안전항해를 지켜 주는
수호신이 되었다나...
3월 28일(토)
오늘은 크루즈 3일차.
삼협투어의 핵심을 보는 날이다. (그래서 2박3일짜리가 생겼겠지...)
05:30분경 백제성이 있는 펑제현( 奉节县)에 도착.
대형 크루즈선을 포함해서 여러척이 정박을 했다.
나는 투어 신청을 안했으니 그냥 부두근처의 성을 둘러봤다.
이 성은 다른 곳에 있었는 데 삼협댐으로 수위가 오르면서 이곳으로 옮겼단다.
백제성 부두
이형은 배에 남아서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고, 나는 부두에서 물만두같은 것을 시켜 먹었는 데
우육면처럼 여러 양념과 채소가 들어 있어서 맛은 별로...(15원)
어제 아침의 풍곡귀성 투어는 승객들이 늦게 돌아오기도 했는 데 오늘은 일정이 바빠서인지
09:30분까지 귀선하라고 하더니, 10시에 출항.
출항하면 바로 삼협중의 첫번째 협곡이자 10원짜리 지폐에도 나오는 구당협을 지나는 데...
중국말 안내를 못알아듣는 우리는 조금 늦게 발견을...
그래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아쉬워~~
백제성에서 사진을 찍으면 제대로 나오는 데...(백제성 앞에 위치)
구당협을 지나 계속해서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보며 가다가 갑자기 두메산골 비탈에 엄청난 도시가 등장하는 데
여기가 무산(巫山), 소삼협 투어가 시작되는 곳이다.(12시 30분)
이곳에서 약간 작은 배로 갈아타고 소삽협을 간다 (옵션 200원)
소삼협의 첫 협곡은 무산시내에서 가까운 곳.
출발 후 10여분 만에 만난다.
작은 배의 지붕에는 파라솔을 펴고 의자도 있고 차도 한잔씩 준다.
그런데 공짜가 아니다.
차 한잔에 30원?(자세한 기억은 아님)
그늘도 마땅치 않은데다 좋아하지도 않는 차를 돈내고 마시기는 싫어서 2층으로 내려왔다.
30분쯤 지나서 두번째 협곡.
매우 감탄할 만 하다.
2~3백 미터의 수직절벽이 우리를 맞는다.
세번째 협곡에 이르면 우측에 잔도도 있고 무슨 암자 같은 것도 있다.
앞서가던 다른 배는 여기를 그냥 지나쳤지만 우리배는 여기서 잠시 쉬었다.
우리는 여기서 튀긴 감자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출발해서 한 구비를 더 돌아가니 더 좁은 소소삽협(小小三峽)이 기다리고 있다.
소삼협의 지류인 것이다.
여기서 배를 내려 더 작은 배(20 여명)로 갈아탄다.(투어 비용에 포함)
소삼협의 폭이 30~80m 라면 소소삼협의 폭은 20~30m정도.
소소삼협을 들어가니 중간에 언덕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도 있고,
나팔을 불어주는 사람도 있고, 고기잡이 투망을 던지는 연출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배에는 가이드같은 사람이 새로 타서 노래도 하고 설명도 해 주다가, 나중엔 간단한 열쇠고리를
10원에 판매하는 데, 즐겁게 해 주었으니 팁 정도로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입을 했다.
소삼협 투어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멋진 경치를 보여 주었다.
투어 비용이 200원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무산 항에서 기다리는 모선으로의 귀환시간이 16:30분 이었지만 결국 17:20분에 귀환.
17:30 분에 무산을 출발했다.
곧 이어진 장강의 두번째 협곡 - 무협도 감탄할 만 하다.
고개를 바짝 들어야 볼 수 있는 산들이 양안을 버티고 있다.
양자강이 산맥을 가로질러 가는 것.
바위의 종류만 다를 뿐 미국의 요세미티를 지나는 듯 하다.
아쉬움이라면, 소삼협 투어에서 다른 배의 승객들과 합쳐져서 작은 배를 나누어 탄 까닭에
한꺼번에 일찍 투어를 끝내지 못해서 결국엔 늦게 무산항을 떠났으니, 무협을 통과할 즈음엔
날이 약간 저물어서 깨끗한 절경을 보지 못했다.
저녁은 비상식량 비빔밥을 먹었는 데 이형도 좋아했다.
중경 부두에서 산 오리고기(?)는 너무나 질겨서 양자강 물고기 밥으로 던져 주었고...
식사 후 옆방(4인실)의 중국 할매들에게 갔더니 좋아서 죽으려고 함.
장강 삼협투어는 계림, 장가계, 구채구와 더불어 한번 가 볼만한 구경꺼리임에 틀림없다.
(가까이에 장가계와 은시 대협곡이 있으니 함께 묶으면 좋을 듯...)
다음날 새벽, 삼협댐 가까이에 있는 마오핑부두에 도착해서 삼협댐을 구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