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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 1 일 (금).
강행군이 시작되는 날이다.
새벽 5 시에 일어나서 6 시 쯤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역 근처로 가니
마추피추로 가는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내려 올 때는 걸어서 올 생각으로 편도(9.5 달러)표를 샀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나도 편도를 샀지만 실제로는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특히 와이나피추까지 갔다 오고나니 피곤해서 내려올 때도 버스를 타고왔다.)
나는 마추피추가 높은 산위에 있으니까 버스는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 입구까지 태워다주고
입구에선 어느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버스는 지그재그 길을 여러 번 돌아서 바로 마추피추 앞에다 내려 주었다.
와이나피추에서 구름이 걷힌 후 보이는 마추피추 계곡.
구름인지 안개인지...
10 여미터 앞 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마추피추 입구를 지나 와이나피추 가는길을 찾아 헤맸다.
" 망할 놈들..안내판 좀 제대로 해 놓지..."
우리는 투덜거리며 7 시에 열리는 와이나피추 입구에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이리저리 뛰었다.
나중에 구름이 걷힌 후에 보니 안내판이 없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 당시엔 그랬다.
와이나피추는 아침 7 시와 10 시에 미리 표를 산 사람만 입장시키는 데
표가 있으면 조금 늦게 가도 상관없다.
와이나피추 입구에선 커다란 출입자 대장에 인적사항과 입장시간을 기록하고
나중에 내려와서는 다시 돌아 온 시간을 기록한다.
와이나피추.
경치가 매우 좋다.
우기의 끝자락이라서 구름을 염려했는 데 9 시경 구름이 서서히 걷히더니
내가 정상 부근에 도달했을 때( 9 시 반 )는 거의 걷혀 있었다.
사한 게 사람이라...
나는 와이나피추에 올라가면서 10 시 입장권을 샀으면 아주 맑은 경치를 보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가, 다시 내려올 때는 10 시 입장을 했으면 뜨거워서 쪄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내 지도에는 와이나피추 왕복이 2 시간 코스라고 되어있으나 우리가 산을 내려와서
입구의 대장에 기록한 시간은 오후 1 시.
마추피추를 대강 보고나서 마추피추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 올라가서 인증 사진을 찰칵!
마추피추엔 일본인 관광객이 무척 많았다.
특히 와이나피추에 올라간 사람 중 4 할은 일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4 : 55 분 기차를 타야 하므로 대충 사진을 찍고 입구로 내려오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도 좀 피하고, 담배도 피우고, 소변도 볼 겸 (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유료 화장실이다)
입구에서 쉬고 있다보니 아차차!...건호의 썬그라스가 없다.
조금 전에 사진 찍을 때 벗어놓고 깜빡 잊고 내려왔나보다.
기차시간 때문에 다시 올라가기도 그렇고... 건호는 그냥 포기하겠다고 하고 주저앉아 있는 데...
마추피추 입구...셔틀버스 타고 내리는 곳.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이거 당신네꺼 아니냐고 하면서 썬그라스를 내밀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아마도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근처에 있었던 사람인가보다.
우리가 내려간 후 썬그라스를 발견했고 그것을 들고 내려와서
모두들 비를 피하느라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를 찾아 냈다는 것....
걸어서 내려가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우선 힘드니까 다시 셔틀버스 표를 사서 타고 내려왔다.
아구아스 깔리엔떼 역에서 오후 2 시 55 분 기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 역에 도착하니 오후 4 시 30분.
아구아스 깔리엔떼 역.
오얀따이땀보역 앞에는 많은 콜렉티보가 호객을 하고있다.
그 중 사람이 많이 타서 곧 출발할 것 같은 차를 골라타고 쿠스코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우르밤바 강을 건너면 아주 경치좋은 전원풍경이 펼쳐지는 데
아쉽게도 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콜렉티보가 쿠스코에서 출발할 때는 콜렉티보 터미널에서 출발했는 데
올때는 아르마스 광장 부근에서 내려준다.
그러더니 차비를 16 솔을 요구한다.
이게 무슨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람? 10 솔이라는 걸 다 알고 있는 데...
결국 10 솔을 받아갔다.
아르마스 광장에 왔고 저녁 때도 됐으니 건호를 데리고 사랑채 식당에 가서
큰 맘먹고 삼겹살을 시켜 먹었다. ( 80 솔, 공기밥 2개 6 솔).
나는 이제 밤 버스로 푸노로 가야 하고, 건호와는 여기서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건호가 잘 동행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저녁을 산 거였다.
한국에 있는 내 친구중에 어떤 친구와 함께 왔더라도 건호처럼 함께 호흡을
맞추지는 못 했을거다.
계속 함께 다니고 싶었지만 내 일정이 바쁘니 어쩔 수가 없다.
식사 도중에 알고마스 주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자기네들이 저녁에 밖으로 나갈 일이 있어서 문을 잠그고 열쇠를 감춰 놓겠다고...
식사 후에 주인없는 숙소에 돌아와서 열쇠를 찾아서 샤워하고 짐을 찾아들고 나와서
건호가 옮기기로 한 숙소인 사랑채 숙소로 택시타고 갔다.
날이 어두워진데다 사랑채 숙소엔 간판이 보이지 않아서 잠시 헤맸지만
한국청년 둘이 나타나서 해결.
건호의 짐만 일단 사랑채에 두고 근처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함께 갔다.
그리고 둘이는 무슨 연인들이 하듯 뜨거운 포옹을하고 헤어졌다.
" 너 건강하게 여행 잘 해라.."
버스 터미널에서 아까 콜렉티보를 함께 탔던 독일인 부부 두 쌍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푸노행 버스 2 층에 승차.
산 루이스 회사 버스는 낡고, 담요도 없고,식사도 없고, 거기에다 짐표도 없다.
중간에 정차하는데는 없었지만 짐표가 없으면 불안한 데...
더운 지방에서 버스를 타더라도 에어컨때문에 추우므로 버스표를 살때마다
담요를 주는지, 식사도 나오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혼자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3 월 2 일 (토).
새벽 5 시에 푸노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코파카바나 경유 라파즈행 오후 2 시 30 분 버스표를 샀다.
( 코파카바나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가는 버스는 더 빠르다. )
때마침 터미널 옆 호수 위로 붉은 아침노을이 아름답게 펴져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가 내게는 없다.
내 계획으로는 티티카카 호수를 잠깐 보고 오늘 중으로 라파즈에 갈거니까...
하지만 이 새벽에 호수투어가 있을리 없고보니 어디가서 좀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같이 버스를 타고 온 독일인 부부들에게 따라 가겠다고 했더니 ..오케이.
그들이 예약한 숙소에 가서 로비에 짐을 맡기고 체면상 숙소에다 우로스섬 당일 투어를 신청했다.
당일 투어는 9 시, 12 시, 16 시 세차례가 있는 데 나는 9 시 투어를 신청.(25 솔)
터미널 호객꾼은 20 솔이라고 했는 데...
호스텔에서 아침을 사 먹고 8 시 45 분에 픽업 온 투어차를 타고 부두에 나가서 보트에 탑승.
부두는 터미널 옆에 있다.
물이 더럽다고 소문이 났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수로를 나가니 많은 갈대섬들이 펼쳐져있다.
섬들에는 관광객을 맞기위한 아주 많은 집들이 있었는 데 미리 연락을 해 놓은 듯
민속옷차림으로 마중을 나온 어느 한 집에 배가 정박했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한 가족인 듯한 원주민들이 갈대섬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결국은
물건을 사라는 이야기인 데...
그 과정에서 관광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가족 여러명이 맨투맨으로 관광객에게 달라붙어서 구입을 부탁하는데는...
나는 워낙 어디서든 물건을 사는 일이 없지만 아무거라도 지출해야겠다 싶어서
그들이 노를 젓는 갈대배를 탔다. (10 솔)
한 집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갈대섬에 있는 카페에 들러서 쉬다가 부두로 돌아오니
12 시 30 분.
아! 그런데 부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투어차량은 아침에 내가 타고 온 차가 아니다.
어쨌거나 상관없는 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기 숙소이름을 댔는 데 나는 내가 잔 집도 아니니까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낭패도 있구나...
다행히 뒷좌석에 있던 어떤 시커먼 친구가 나를 기억해서 숙소에 찾아갔다.
( 어디를 가든지 자기숙소 이름은 알아야 함.)
숙소에 와서 근처 식당에서 점심(5.5 솔)을 먹고 터미널로..(택시 4 솔)
14 : 30 분 푸노 출발, 16 : 50 분 국경에 도착.
코파카바나 부근의 티티카카 호수
어디서나 그렇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버스를 타면 버스에서 출입국 서류를 준다.
페루 출국은 국경에서 버스에서 내려 경찰, 이민국 순서로 들어가면 되는 데
어느 국경을 넘든 버스 기사가 출입국 수속할 때 앞서서 도와주므로
별로 걱정할 것 없다.
이후 걸어서 200 여 미터 가면 볼리비아 입국 사무소가 있고
여기서도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세관 신고서도 없슴)
짐은 버스에 실린 상태로 그대로 볼리비아 입국 사무소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다.
출입국에 약 30 분 소요된다.
( 칠레 - 알젠틴, 알젠틴 - 브라질의 경우는 약 한시간 - 한시간 반.)
볼리비아 쪽 입국사무소에서 본 페루.
볼리비아 입국 수속을 마치고 버스를 다시 타고 조금만 가면 코파카파나.
( 오후 5 시 30 분)
여기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5 시 50 분에 코파카파나를 출발해서
한시간 남짓가면 호수를 건너는 곳이 나온다.
사람은 모두 내려서 작은 보트로 건너고(2 볼, 볼리비아 돈은 코파카파나에서
버스를 갈아탈 때 바꾸면 됨 ) 버스는 따로 바지선으로 건넌다.
버스를 실은 바지선은 조금 느리고 보트는 빠르니까 먼저 건너가서
간단히 저녁을 사 먹어도 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밤 9 시 쯤 라파즈에 도착했다.
라파즈 버스 터미널...( 다음날 찍은 사진 )
밤중에 험악하다는 도시에 도착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예약해 둔
Adventure brew hostel 은 터미널 바로 아래에 있는데다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던
콜롬비아인 남매가 호스텔까지 나를 바래다주어서 안전하게 도착했다.
이렇게 해서 어제 아침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부터 시작 된 강행군이 끝나고,
아레키파에서 까먹은 하루 일정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