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3. 브에노스 아이레스.
철수1
2022. 10. 26. 15:23
3월 27일 (수).
어제저녁에 비에드마를 출발한 버스는 도착예정시간에 거의 맞춘 07: 40 분에
브에노스 아이레스의 Retiro 터미널에 도착했다.
출근시간대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양호하게 도착한 것이다.
버스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데다 시간까지도 맞춰주니... 기억에 남는 버스다.
Retiro 터미널.
무지하게 크다.
아니, 넓다.
하긴, 이 넓은 나라의 수도이다보니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가는 버스가 얼마나 많을 까?
거기에다 국제선 버스까지.....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푸에르토 이과수행 버스표를 끊었다.
(El rapido Argentino 회사,까마, 750페소)
원래는 이곳에서 이틀을 쉬고 29일에 갈 예정이었지만 29일 표는 세미까마밖에 없어서
30일 오후 3시에 출발하는 까마표를 샀다.
다른회사의 버스표를 알아봤으면 29일 표도 있었을런지 모르지만,
급한 일도 없는 데 하루 더 쉬면 어떠리...
터미널에서 나오면 바로 시내버스 타는 곳이 나오는 데 노선이 많다보니 제법 혼잡하다.
몇발짝 더 가면 기차역도 있고 지하철 종점도 있는 데 때마침 출근시간이라서
기차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하철을 타려고 기차역 있는 곳으로 갔는 데 지하철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기차역에 있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영어가 안 통하네?
영어가 안 통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지하철을 Metro 라고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산티아고에서는 Metro 라고 쓰니까 같은 스페인어 권역에서 당연히 메트로인줄 알았더니
여기서는 Subte(수브떼) 라고 한다.
다른 경찰까지 와서 손짓발짓으로 가까스로 의사를 통하고 보니 지하철 역사 안에서
작은 화재가 있어서 이 역에서는 지하철을 탈 수 없단다.
다시 몇 걸음 되돌아가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터미널과 기차역에는 경찰들이 있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시내버스 타는 곳은 혼잡한데다
경찰들도 보이지 않아서 좀 불안하다.
당하기 딱 좋게 생긴 곳...
이후에도 세번을 지나갔는 데 그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남미사랑에서 얻은 정보대로 시내버스를 타고(3.25페소, 카드 또는 동전만 사용) Av de Mayo 에 내려
주소 번지를 찾아서 무사히 남미사랑에 도착했다.
간판같은 것은 없으니 번짓수를 확인해야 함.
남미사랑.
사람 좋아보이는 내외가 운영하는 곳이다.
도미토리는 9 달러(82페소,환율변동이 심해서 그런지 달러 기준으로 페소를 받는다)이고
아침식사(밥)이 포함된다.
한인 숙소들의 공통점인 여러가지 주의사항이 붙여있는 것은 애교로 봐야겠지?...
(한국인 여행자들이 너무 막무가네로 행동해서일까?)
체크인하면 대문열쇠 보증금 50페소를 예치하고 침대시트와 베갯잇을 받는 데 씌워주는 사람이 따로 없다.
본인이 씌우고 체크아웃 할 때도 벗겨서 빨래바구니에 넣어야한다.
(생소한 법칙이지만 리오데 자네이로의 어느 무진장 맘에 안드는 호스텔에서도 그렇게 했다)
도로쪽에 있는 두 방을 제외하면 나머지 방들은 창문이 없이 (복도쪽 환기구 제외)
밀폐된 공간같은 구조이다.
남미사랑 부근의 약도.
남미사랑의 베란다. 바닥의 모자이크 타일과 장인의 땀방울이 엿보이는 철제난간은 작품이다.
이곳에서 70대 부부 두쌍을 만났는 데 칼라파테로 가신다고 한다.
그 분들의 여행일정에 도움을 달라고해서 일정표를 보니 아마도 한국의 여행사에서 만들어 준 것 같은 데
브에노스 4일, 칼라파테 4일, 산티아고 4일...이런식으로 도시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칼라파테에 가실텐 데 엘찬텐이나 피츠로이산에 대해서는 들어보신적도 없으시다.
바라스에서 만났던 70대 할머니나 이분들처럼 나도 70대에 여행을 하게되면 이런 꼴이 되리라...
점심을 먹고나서 지도 한장 들고 거리 구경에 나섰다.
대통령궁 앞을 지나서 바닷가를 보려고(바다를 좋아하니까..) 쭈욱 나갔더니 요트 정박장이 나왔다.
그 옆으로는 우르과이행 페리 터미널이 있었고...
대통령궁.
요트 정박장.
우르과이행 페리.
시내의 건물들은 거의 예술작품에 가깝다.
대성당과 내부 바닥 모자이크,
다시 돌아서 브에노스의 명동이라는 Florida 거리를 느긋하게 배회했다.
차없는 플로리다 거리는 거의 전 구간이 공사 중 이었는 데 중간중간 공사가 없는 구간에선 어떤 사람들이
돈 통을 앞에놓고 각종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엔 탱고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는 데 동영상을 찍으려했더니 돈을 내라고 해서 잠깐밖에 못 찍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까르푸가 있어서 장을 보고와서, 오늘 이곳을 떠난 사람으로부터
물려받은 쌀로 밥을 해 먹고, 숙소 멤버들과 밤늦도록 퍼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정신없이 잠.
(이틀 연속해서 야간버스를 탔으니까...)
오늘 지출: 이과수행 버스표:750, 까르푸(고기,과일,물,술,계란):114, 담배:10, 김치,기타:24
계: 898페소(약 112 달러:현지환율)
의사당.
아르헨티나에서 제일 넓은, 세계에서 제일 넓은 도로와 오벨리스크.
3월 28일 (목)
아침 10시까지 자고나서 밥먹고 또 1시까지 잠.
그런데 오늘부터는 부활절 연휴라서 대부분의 직장이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시내버스 카드를 어제 미리 사뒀어야 하는 건 데...
시내버스를 현금주고 타려면 동전이라야 하는 데 1,2페소 동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려 해도 지페로만 준다.
그러고보니 내가 부활절에 이과수에 가게되는 데 연휴때라서 사람들이 몰릴테니 숙소와 다음 행선지인
리오행 버스표를 미리 확보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다행히 숙소는 인터넷으로 하나 예약해 두었고 이번에는 버스표를 사러 갈 차례다.
터미널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플로리다 거리를 거쳐서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달러를 환전했는 데 100 달러에 810페소를 준다.( 그 다음날엔 820페소를 받았다고 한다)
나야 돈 많이 받으니까 좋긴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장래가 걱정이 된다.
터미널에서 푸에르토 이과수 → 리오 데 자네이로행 버스표를 샀다.( Crucero del Norte, 까마, 559페소)
그런데 내가 600페소를 냈는 데 매표소 아가씨가 51페소를 거스름돈으로 주는 게 아닌가?
그냥 받아서 돌아서면 되는 데, 순간적으로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의 위신을 생각하게 되었다.(으흠~~)
그래서 10페소를 돌려주려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영어 안통함)
내가 펜을 꺼내어 600 ― 559 〓 41 이라고 써 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잠시 기다리라는 시늉을 하더니 돈통에서 오늘 들어온 돈을 모두 꺼내어 세어보고,
컴퓨터상의 금액과 맞춰보고서야 순순히 10페소를 받는다.
이럴땐 뭐라고 해야하나? 맹~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마침, 기다리는 손님이 한 명밖에 없어서 다행이지만...기억에 남는 아가씨다.
오늘의 지출 : 리오행 버스표: 559, 담배: 10, 초코렛 : 15 계 : 584페소
3월 29일 (금)
오늘은 자전거를 빌려타고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내일은 시내버스를 타고 리콜레타에 가서
에바페론의 묘지를 둘러 볼 생각을했다.
자전거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숙소까지 갖다준다고 팜플렛에 나와있지만 그것은 최소한 하루 전에
해야 할터이니,,나는 지도를 보고 걸어서 렌탈 장소에 갔다.
주인은 남미사랑도 잘 알고 있었고,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또박뽀박 하는 영어로
필요한 사항과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었다.
항상 가게를 지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몇시에 반납할 것인지도 물었다.
임대료는 하루 85 페소이고, 보증금 100 페소를 별도로 예치해야 하는 데
나중에 내가 낸 돈 그대로 돌려준다.
그리고는 헬멧과 자물쇠, 그리고 자전거도로가 표시된 지도를 주면서 적당한 코스도 추천해주고...
자전거가 좀 낡은것이 흠....
북쪽으로 있는 공원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도로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일부 도로나 보도에 좁은차선을 하나 더 그은 것인데
남미 대부분이 그렇듯이 대체로 일방통행 길이라서 한쪽 방향의 신호등과 차만 신경쓰면 되니까
조금 덜 위험하다.
아니, 신호등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오는 차가 없으면 그냥 자연스럽게 건너가는 것이 이곳에서는 미덕이랄까?
공원가는 길에 큰 박물관이 있는 데 연휴라서 문 닫혔고, 박물관 앞 대로에서는
자동차 경주 트랙을 준비하려고 도로를 차단하고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시내에서 자동차 경주를 하다니...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놀러 나온 가운데 부활절을 맞아서 축제를 하려는지
큰 공연무대를 만들고 있다.
자동차경주 트랙 준비 중.
공원가는 길의 꽃 조형물. 해가 지면 오무러든다고..
잠시 쉬면서 지도를 보니 내가 내일 가려고 했던 리콜레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래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리콜레타를 찾아갔다.
리콜레타에는 에바페론( 에비타, 1919 - 1952 ) 의 묘지가 있다.
빈민가의 딸로 태어나서 대통령 영부인이 되기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간 여인...
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뮤지컬 "에비타" 중에 나오는 " Don't cry for me Argentina "
노래를 통해 알게 된 여인.
그녀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된 이상, 찾아 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는 리콜레타에 못들어가게 해서 묘역 입구의 간판기둥에 묶어놓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 많은 묘지중에 에비타의 묘지를 어떻게 찾는담?
( 남미사랑 게시판에 묘지번호가 있었는 데 오늘 올 계획이 아니였으므로 무시했었다.)
묘지입구에 묘지번호와 이름이 쓰여진 지도가 있긴한 데 이름을 찾는 일도 쉬운 게 아니라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 가기로 했다.
가이드를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라도 설명만 듣는 곳은 해당 없다.
몇군데 다니다 보니 어느 골목에 너댓명이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올커니! 저기로구나..."
약간 좁은 골목안에 있는 에비타의 묘지엔 갖다 놓은지 얼마 안돼보이는 꽃들이 걸려있다.
(다른 묘지엔 거의 꽃이 없다)
나도 몇장의 사진을 찍고나서 에비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괜히 나도 모르게 눈가에 습기가 어린다.(코미디를 보다가도 눈물을 쏟아내는 편이니까.)
바깥 기둥에 매어놓은 자전거가 걱정이 되어서 다른 묘지들은 구경하지 못하고 일찍 밖으로 나왔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자전거 반납하러 갔더니 문이 닫혀있어서
건너편의 작은 식당에 가서 빵과 캔맥주를 시켜먹었다.
식당안에는 서너명의 내또래 동네사람들이 있었는 데, 말은 잘 안통했지만 어디서 왔느냐고 묻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내게도 친절하게 해 주었기에 맥주 한병을 사 주었다.
저녁을 먹고 바람쐬러 밖으로 나갔더니 거리에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고
도로의 차량도 통제한다.
무슨일인가 하고 사람들을 따라 대통령궁 쪽으로 가보니 대성당 앞 5월광장에서
성 금요일 수난전례를 하고있었다.
예수님 분장을 한 사람이 십자가를 메고서 마요 거리를 따라 들어오고 그 뒤로는
로마병사 분장을 한 사람들이 따라와서는 광장 한가운데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고
돌아가시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전례지만 야간이라서 디카에 담기엔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