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여행

3. 하바로프스크

철수1 2022. 11. 7. 13:06

 

 

5월 20일.

오후 6시, 하바롭스크 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탔다.

나중에 보니 공항에서 트로리버스도 시내중심과 콤소모리 광장을 지났다.

 

미리 예약을 해 둔 오리온 호텔을 찾아가보니 이건 호텔이 아니였다.

호스텔인 데 이름만 호텔이라고 붙인 거 였다.

그나마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출입을 할 때마다 별도의 자석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가야했다.

 

다행인 것은 숙소 바로 앞에 북한식당인 능라도 식당이 있어서

우리말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낮선메뉴판을 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이 식당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작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지배인인 듯한 최동지라는 사람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는 데

내가 벽에 걸려있는 여명거리의 사진을 보면서 "멋진 그림"이라고 말하자

최동지는 즉시 방방 뜨면서 남조선 사람들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저것은 그림이 아니고 진짜 사진이란다.

 

내가 보기엔 도로에 차량도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아서

그림처럼 생각했는 데 나중에 티비에서 보니 정말 여명거리의 사진이 맞았다.

 

예전에 우리집에서 카우치서핑으로 이틀밤을 잤던 러시아 모녀가 있었다.

그들이 하바롭스크에 살고 있는 데,

내가 하바롭스크에 간다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연락을 했더니

자기들은 지금 동남아를 여행 중이라고 하면서,

집에 남아있는 남편이 하바롭스크 안내를 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북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남편과 텔레그램으로(러시아인들은 주로 텔레그램을 이용)

연락을 했더니 자기가 일하고 있는 클럽으로 찾아 오란다.

마침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서 걸어서 찾아갔더니 아주 반갑게 맞아준다.

그 친구는 꼭 예수님처럼 생겼는 데 사람도 좋아보였다.

다른 걸 떠나서 영어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다.

여기서 다른 러시아 사람들과도 친구처럼 맥주를 마시며 즐겼다.

 

예수님얼굴처럼 생긴 친구.

 

 

 

여러개의 맥주꼭지마다 맛이 다른 맥주가 나왔다.

 

 

 

 

다음 날.

엇저녁에 마신 맥주때문인지 아직은 머리가 무겁다.

숙소에서 걸어서 아무르강가에 있는 러시아정교회 성당과

2차 세계대전 승전 조형물이 있는 광장을 둘러봤다.

러시아정교 주교좌 성당이란다.(러시아에서 4번째로 큰...)

대성당 내부와 성당 뒷편에서 본 아무르강

오른쪽 멀리 강의 상류에 보이는 산이 중국이다.(내일 배를 타고 갈 곳) 

 

 

성당 옆 라디오 방송국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조형물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영원의 불꽃

 

 

광장근처에는 두대의 관광버스가 서 있었는 데

모두 한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버스였다.

의외로 하바롭스크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에 놀랐다.

 

그리고는 콤스몰스카야 광장으로 가기 전에 부두에 들려서

내일 중국으로 갈때 탈 쾌속선표를 예약했다.

 

물론 배회사 창구로 가면 예약을 할 수 있겠지만 온통 러시아글로 써있는 건물 중에

어느 것이 배표를 예약하는 곳인지 알 수 없다.

그냥 부두에 가서 물어보니 작은 콘테이너 박스를 가르키며 거기가서 물어보란다.

부둣가에는 여러개의 콘테이너 박스 사무실들이 있었는 데 거기서 다행히 어떤 고려인 아줌마를 만났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말은 서툴렀지만 친절하게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예약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예약은 했지만 무슨 표를 주는 것도 아니고 돈도 받지 않았다.

내일 아침 7시 50분에 부두에 나오면 중국 여자가 나타날텐 데 그 여자에게 돈을 주면 된다고 했다.

약 30분 넘게 수고를 했는 데 그 분에게는 어떤 소득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이형이 한국에서 가져 간 볼펜을 선물로 드렸다.

 

배표를 예약한 후 다시 걸어서 콤소몰스카야 광장과 그 앞의 전망대를 둘러봤다.

거기에도 동상과 예쁜 성당이 있었고, 아무르강변에 편안한 공원이 이어져 있었다. 

날씨도 좋고 숲과 강이 있으니 참으로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콤소몰스카야 광장의 아무르강 전망대와 성당.

 

 

이 버스에 Airport라고 써 있는 데....

 

이 공원에서 삶은 옥수수를 사서 먹다가 영어로 인사를 하는 할머니를 만났다.(러시아에서 영어인사를 듣기 어렵다)

산책 중인 이 할머니는 한때 한국의 풍림건설이 이곳에서 정유공장 공사를 할 때

그 회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한국어도 아주 약간 했다.

 

할머니와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 트롤리버스를 못 타 본 이형을 생각해서

트롤리버스를 타고 레닌광장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평양냉면으로 점심먹고

저녁에는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그러나 돌솥비빔밥은 우리처럼 돌솥에 밥을 지은 것이 아니라

이미 지어놓은 밥을 돌솥에 담아 온 비빔밥이었다.

 

레닌광장

 

 

이렇게해서 짧은 하바롭스크의 여행이 끝났다.

아무르강변에 계속 이어 진 공원을 따라 우초스 전망대까지 갔었으면 좋았을텐 데

더운 날씨때문에 더 둘러보지 못해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구릉이 많은 도시라서 계단도 자주 있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어느곳에서나 (계단 포함)유모차가 다닐 수 있게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이 나라의 미래가 보여서 부러웠다.

블라디보스톡이나 사할린에 비해서 공원이 좋고 깨끗해서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