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8. 웬양(元阳)에서 징홍(景洪)가기
철수1
2022. 11. 6. 19:34
1월 20일 (토)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른 몇명과 함께 아줌마의 봉고차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나갈 때도 차비를 받는 다.(15원)
결국 우리 두명의 차비가 왕복 70원이니 방값이랑 비슷한 거다.
징홍으로 쉽게 가는 방법은 근처의 도시로 가서 징홍으로 가는 야간 침대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중국오지 경치를 보고 싶기도 하고 시간도 남으니
루춘(绿春),쟝청(江城,1박)을 지나는 어려운 코스를 택했다.
우리가 루춘으로 간다고 하자, 숙소 아줌마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씬지에 시내에 도착하기 전의 어느 삼거리에서 잠시 기다리니 난사행 버스가 금방 왔고
우리를 그 버스의 운전사에게 (70원/2인)넘겼다.
여기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운전사의 연락처도 모두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난사에 가서 루춘행 버스로 갈아 탈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
이 버스는 난사와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다가(약 40분) 난사-루춘간 도로를 만나자
그곳에서 난사방향으로 꺾었다.
그리고는 마주오는 루춘행 버스를 발견하곤 세워서 우리를 그 버스로 옮겨 태웠다.
운전사끼리 현금이 오가고....
이 구간에는 하니족의 계단식 논이 무지하게 많았다.
버스가 아니였다면 세워서 좋은 경치를 카메라에 담았을텐 데...
배트남의 사파보다 훨씬 더 많은 듯 하다.
이 후에 루춘까지의 길가 경치도 아주 좋았다.
이것 때문에 이쪽 코스를 택한 것이 아닌가..
고개 하나를 넘는 데 거의 한시간씩 걸렸고, 이런 높은 고개를 두개나 넘었다.
바나나밭도 많다.
버스가 지나온 길
주거지는 산 위에 있고, 일터(농터)는 아래에 있다.
대개 마을은 골짜기 아래의 평지에 자리를 잡기 마련인 데
이곳은 모두 높은 산 능선 위에 마을들이 있었다.
외부 침략을 막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적들이 이 높은 곳까지 올라오려면 아주 지쳐버릴테니까....
길은 매우 좋았다.
도로를 만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하다.
베트남 국경이 가까워서 그런지 루춘 근처에 이르니 검문소가 나타났다.
공안이 승차해서 승객들 신분증을 조사했지만 우리는 내려서
여권내용을 장부에 기록하고 다시 승차했다.
대개의 공안들은 여권의 영문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도와줘야 빨리 끝난다.
루춘 터미널에 도착해서 쟝청행 버스표를 사려고 신분증(여권)을 제시하니
매표소의 아가씨가 뭐라고 하는 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오더니
쟝청행 버스에 태웠다.
알고보니 그 남자가 버스운전사였다.
다른 사람이 가진 버스표를 보니 쟝청까지 42원이었는 데
이 운전사는 우리가 쟝청에서 내릴 때 45원씩 받았다.(그러나 나쁜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루춘-쟝청간 도로는 우리나라의 시골길 수준이다.
도로 폭이 좁으니 중앙선도 그어져있지 않고 비포장구간도 상당하다.
큰 고개를 3개쯤 넘었고 구비구비 수 없이 돌아가니
아마도 100m가 넘는 직선구간은 못 본 듯 하다.
난사-루춘 구간과 달리 좋은 경관도 별로 없다.
저 멀리보이는 고개를 넘어 왔다.
능선 부근에 마을이 있다.
이런 길에서 빠른 속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도로만 시골길이 아니라 버스도 우리나라 시골길의 마을버스같은 분위기다.
정류장도 따로 없고 운전사 맘대로다.
요금을 받는 차장은 운전사의 아내인 듯 하다.
내 옆자리의 하니족 여인은 어느 지점에 이르자 운전석 옆으로 가서
밖을 유심히 살피더니 갑자기 버스를 세웠다.
그리고는 버스에서 내려서 이미 20여m 지나간 곳에 있는 나무의 잎을
잔뜩 따가지고 와서 다시 버스에 탔다.
약초로 쓰려는 걸까?
하지만 버스안의 어느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이다.
잠시 쉬어가는 곳.
중국인들은 담배인심도 좋다.
예전에 우리가 그랬듯이...
하니족 아줌마 다음에 내 옆자리에 앉은 젊은 남자가
담배를 꺼내 나에게도 권한다.
차내흡연이 찜찜하긴 하지만 주는 담배를 안 피우면 실례일테지...
그래서 나도 버스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거의 모든 중국의 버스 안에서는 금연이다.
하지만 아직도 오지를 다니는 버스 중에는 차내 흡연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런 버스내에는 금연이라는 표지가 붙어있지 않다.
약 5시간 40분이 걸려서 쟝청 터미널에 도착했다.
엉덩이가 아팠다.
운전사에게 내일 아침에 징홍으로 가는 버스도 여기서 출발하느냐고 물으니
마침 근처에 있던 징홍행 버스의 운전사를 소개해 줬다.
터미널 앞의 빈관에 방을 잡았는 데
난방장치가 없길래 난방을 원했더니, 숙소주인이 이곳엔 거의 난방이 없단다.
그러면서 대신 이불을 하나씩 더 주었다.
따뜻한 지역이니까 이형이 좋아하는 두리안이 있을까 하고
시장을 둘러보았더니 없다.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려고 어느 식당앞에서
메뉴그림을 살피고 있는 중에(그림이 없으면 메뉴선택이 난감하다)
안에서 식사를 하던 남자들 몇명 중에 우리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알고보니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의 운전사와
내일 아침에 징홍으로 갈 버스의 운전사, 그리고 다른 운전사도 있었는 데
합석하기를 원했다.
나도 음식 한가지를 주문하고 합석.
저녁식사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없으니 술도 권해서 기분좋게 한잔을...
밥까지 먹으면서 내가 주문한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으나
나올 생각을 안한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네가 주문한 음식이 많으니 취소를 시킨 모양이다.
자리를 일어날 때 식당에 돈을 주려했지만 받지 않았다.
아무튼 덕분에 공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잠을 청하니 버스에서 시달려서 그런지 쉽게 잠들었다.
난방이 없어도 춥지는 않았고....
베트남,라오스 접경이라서 그런지 여러나라 글로 표시 된 버스정류장
다음 날 아침
어제 저녁에 시내를 둘러보던 중에 찾아 낸 만두집에 가서
만두로 아침식사를 했다.
생각보다 맛이 별로다.
9시 경 터미널에 가서 징홍행 표를 사고,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대개는 버스가 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는 법인 데....
9시 40분에 쟝청 터미널 출발.
어제 루춘에서 오던 길보다는 조금 낫지만
중앙선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좁은 도로.
구부구불도 조금 덜하다.
그래도 높은 고개를 3개나 넘었다.
엇저녁에 기사가 식사를 함께 하면서 징홍까지 4시간 반이 걸린다고 했었는 데
징홍에 도착하니 오후 4시반...거의 7시간 걸렸다.
내가 4시반 도착을, 4시간 반 걸리는 걸로 잘 못 알아들었나 보다.
쟝청출발 후 약 1시간이 지나자 길가에서 휴식
바나나잎을 싸서 만든 떡 비슷한 데 맛있다.
이 버스도 시골 마을버스같은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운전사가 길가의 아는 사람과 한참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갑자기 군부대로 들어가더니 짐칸에 싣고 온 부식을 군부대 마당에
쏟아 놓기도 하고....(터미널에 버스가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다)
길가의 가게에 물건을 전달하기도 하고...
라오스국경이 아주 가까운 곳의 검문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다른 검문소에서는 여권을 보고 인적사항만 적고 통과시켰는 데
여기서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여권을 사진찍어 전송하고
상대쪽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그런 가운데서도 담배를 권하며 쉬란다.
대체로 우호적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산비탈에 논 보다 처음엔 바나나 나무, 나중엔 고무나무가 많아진다.
차밭도 있고...징홍부근엔 고무나무가 무지 많았다.
멩씽(勐醒)을 지나면서 길이 좀 넓어지고 좀 더 올라가서
멩른열대식물원을 지나자 시원한 고속도로를 만나서 징홍에 도착했다.
웬양에서 징홍까지의 이동이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어 질 라오스 종단길에 비하면 비단길이었다.
징홍 터미널의 버스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