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여행

7.울란우데...그리고 바이칼호 동쪽 연안.

철수1 2022. 10. 30. 11:59

 

7월 23일 (수)

기차는 울란우데 역에 정확한 시간에 도착을 했다.(06:40)

가방을 끌고 역 밖으로 나오니 길 바닥에 Travelers hostel(론니 추천) 과 Hostel house U.U.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나는 하룻밤에 100루블이 싼 호스텔 하우스에 예약을 해 두었으니 그 표시를 따라 갔다.

기차역을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면서 보니, 육교가 기차 플랫폼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바로 나올 수 있었는데 괜히 먼길을 돌아서  나왔나보다.

초행길이 다 그렇지 뭘...

머릿속에 대강의 위치를 알고는 있었지만 길 바닥에 난 화살표를 따라가니 쉽게 호스텔을 찾았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호스텔에 들어가니 어떤 젊은이가 무표정하게 접수를 한다.

뭐 이런 호스텔이?

일단 침대를 배정받고 씻고, 먹고...

방도 여러개이고 손님들도 많다.

조금 지나니 진짜 관리인 아가씨가 왔는데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름은 "올가", 강원대 춘천캠퍼스에 6개월간 있었다고 한국말 인사 정도는 한다.

자기가 배운 한국말을 쓸 기회가 없었는데 나를 만났다고 반가워했다.

울란바타르로 가는 버스표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네가 대행해 줄 수도 있다는데,

내가 직접 가서 사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면서 

자세한 길 안내와 함께 러시아어 쪽지,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자기 전화번호도 써 주었다.

 

버스터미널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숙소에서 그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없었고 걸어서 약 10~ 2,3분이면 갈수있는 거리.

큰 버스는 없고 소형버스만 몇대 있는데다 주위 건물들보다 터미널 건물이 작아서 처음엔 그 근처까지 가서도

못찾고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터미널 옆에는 큰 슈퍼마켓이 있고...

버스표를 파는 창구는 두개가 있었는데 한쪽은 분주했고 다른 쪽은 한가롭다.

한가로운 쪽이 장거리표를 취급하는 창구라고 짐작하고 쪽지를 디밀었더니...오케이.

간단하게 이틀 후의 버스표를 구입.(1,300루블)

작은 건물이 터미널.

터미널의 버스 시간표. 울란바타르 7 : 30 이 보인다.

 

버스표를 사고 난 다음에 걸어서 시내쪽으로 향했다.(10분)

오페라극장과 레닌 머리 동상, 개선문 등을 보고 근처의 은행 ATM 에서 1천루블(2만8천원)을 인출.

블라디보스톡에서 2백달러를 환전한 것이 거의 바닥났으니까...(이번 여행에서 첫번째 ATM 사용)

근처에 무료 개방인 박물관이 있다는데 건물을 두개씩이나 들어가 봤는데도 못 찾았다.

말도 안 통해서 휴대폰의 론니 지도를 수위에게 보여주니 서로 옆 건물로 가라고 한다.

어차피 박물관은 무료이거나 시간을 때울때만 가려고 했던 것이니 포기.

영원히 썩지 않는 육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숙소에서 물어보니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절에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도 그만 두고...

울란우데를 상징하는 조형물, 레닌 머리 동상.

 

오페라하우스 앞 분수대.

오페라하우스와 개선문.

시내에 있는 관광 안내지도.

 

오후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자기네가 운영하는 다른 숙소로 옮겨 갈 수 없겠냐고

올가가 나에게 물어온다.

까짓거 오케이...하룻밤 자기를 아무려면 어때?...아니구나, 이틀 밤인데...

길 건너의 다른 숙소로 짐을 옮겼다.

몽골에서 온 아가씨 (이름은" 쩨쩨")와 함께...

그런데 너무 좋다.

아파트를 개조도 하지 않고 그냥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건데 이층 침대도 없고, 우리나라의 콘도에 온 느낌.

다만...

엘리베이터...

느린 것은 그렇다치고...컴컴한데다 문이 닫힐때는 덜커덩.정지할때도 덜커덩!

그리고 열쇠를 세개나 받았다.

1층 입구의 철대문, 아파트 문, 그리고 방 문 열쇠...아파트 문은 들어오면 꼭 안에서 잠그라고 일러준다.

쩨쩨는 간단하게 생긴 몽골식 음식을 먹었고...나는 수퍼에서 빵과 소시지, 계란, 바나나 등을 사와서

저녁으로 먹었는데,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계란 후라이를 했다가 개죽이 되고 후라이팬 닦느라고 생 고생을...

넓은 아파트에서 몽골 아가씨와 단 둘이서 한 방에서 자려니까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배낭여행에서 이런 경우가 어디 한 두번인가?

신경 끄고 잔다..

숙소에서 본 기차역. 기차역 육교를 건너오면 바로...

 

7월 24일 (목)

내가 울란우데 온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울란바타르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타고 가는 것, 다른 하나는 울란우데 시내를 잠시 구경하고

바이칼 호수의 동쪽 연안에 가 보는 것.

그래서 오늘은 바이칼호 동쪽 연안을 가 보기로 했다.

올가에게 물어보니 그렘야친스크에 가면 바이칼호를 볼 수 있단다.

다만 내일 아침엔 울란바타르로 가야하니까 오늘 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착 즉시

돌아오는 표를 구입하라고 일러준다.

어제 갔던 터미널에 가서 그렘야친스크 행 버스표를 구입.(11시 차, 230루블: 약6,400 원)

 

내 자리는 18번 좌석인데 제일 끝 자리였다.

버스가 작으니까...

11시 정각에 출발을 해서 레닌머리 동상이 있는 광장옆을 지나 북쪽으로 향했다.

울란우데를 벗어나자 인가도 없고, 길 옆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가득 찬 산들이 이어진다.

잘 포장 된 도로를 약 한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투룬타예보에서 한명을 태우고 다시 출발.

여기서부터는 가끔씩 농가들이 보이고 조금 평탄한 대지들이 이어진다.

울란우데로부터 약 125 km 지점에 있는 휴게소에 들려 점심을 먹거나 휴식...(12:50 ~ 1: 20)

하임 이라고 하는 냇물이 휴게소 뒷편을 흐르는 데 물이 맑고 물 흐름도 시원스러워서

휴식하기에 좋아 보인다.

휴게소...뒷편 숲속엔 맑은 개울이...

 

1시 40분 쯤 포장도로를 벗어나 그렘야친스크에 도착했다.(바이칼을 보는데는 조금 더 지나가도 될 듯..)

18세기나 19세기쯤 되는 마을에 왔다고나 할까?

단층으로 된 목조 주택들이 격자형 비포장 도로를 따라 늘어 서 있다.

버스 터미널도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역시 목조건물인 수퍼마켓 앞 길가에 정차했다가

먼지를 내며 떠난다.

여기서 내린 사람은 나 혼자 뿐...

수퍼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가는 버스표를 샀다.

뚱뚱한 수퍼의 아줌마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물건도 팔고 버스표도 파는데, 영어가 안 통하니

내가 24일 19:00  이라고 쓰고 울란우데라고 했는데도 다시 25 라고 써 주면서 자고 가는 흉내를 낸다.

이게 뭔 소리람?

표가 없으니 여기서 자고 내일(25일)에 가라는 건가? 뭐야?

그럴 수는 없지...

지갑에서 내일 아침에 울란바타르로 갈 차표를 보여 주었다.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시간표를 보여주며 고르란다.

그래서 저녁 7시 30분 차표를 구입. 좌석번호는 28. 근데, 올 때보다 10 루블이 비싼 240 루블.

따지지는 말자. 설명하기 힘드니까...

버스터미널 겸 수퍼마켓.

 

 

마을을 지나서 호숫가로 갔더니 내가 보고 싶어 하던 그 바이칼이 거기에 있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

파도치는 호수...

알혼섬에서는 건너편에 육지가 보였는데 여기서는 건너편(알혼섬)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꽃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황사라고 하지만 예전엔 바람이 불때 보이는 안개같은 것을 "바람꽃"이라 불렀다. 

바람이 제법 분다.

건너편이 알혼 섬인데... 안 보임.

 

버스 안에서는 더워서 땀을 흘렸는데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강하기도 하지만

에어콘에서 나오는 바람처럼 차갑다.

햇살이 따가와서 맨발의 모래가 뜨거워도 수영은 못하겠다.

그래도 잠깐씩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긴 백사장의 북쪽 끝 소나무 숲속에는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의 차량과 텐트들도 많이 보인다.

나도 백사장을 따라 걷다가 햇살을 피해 송림에 들어가서 잠시 휴식.

바이칼호로 들어가는 KIKA 강.

 

다시 백사장을 따라 남쪽 끝까지 내려왔다.

도중엔 검은 모래도 보인다. 흑사장?

호숫가를 떠나서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콘크리트라곤 보기 어려운 마을에 유일하게 콘크리트로 된 것이 있다.

바로 전신주 밑둥.

여기서도 그렇고, 몽골에서도 전주의 밑둥을 콘크리트로 하고 그 위에 통나무 전주를

굵은 철사로 묶는 방식을 쓰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마을 집들은 통나무 집...

 

 

길가에 우물이 있는데 예전방식으로 두레박을 올리는 형식이다.

지금도 사용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어서 이 곳의 생활을 짐작케 한다.

마을의 공회당 같은 건물의 옆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는데 목재로 된 미끄럼틀이 눈을 끈다.

왜냐? 처음 봤으니까...

 

이곳은 뭐든지 가능하다면 뭐든지 목재로 만드는 것 같다.

한마디로 친 환경적으로 사는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여기에서 행복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물질이 행복이란 것을 만들어 줄까?

비포장도로에 목조주택, 우물물을 퍼 마시는 여기의 사람들은 불행할까?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불행했을까?

공회당 앞 놀이터.

지나가는 동네 꼬마를 붙들어서 뒷모습을 찍게 했더니...

 

버스시간이 남아서 터미널(수퍼)앞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다른 사람들이 유난히 드나드는 집이 있어서

나도 따라서 들어갔더니 만물상 가게...

그러구보니 이 마을엔 커다란 간판이나 (간판이 있어도 나는 읽지 못하지만) 진열장 같은 것이 없어서

겉으로 보아서는 상점인지  이발소인지 그냥 주택인지 알 수가 없다.

만물상 안에 들어가니 정말 말 그대로 만물상...의류, 기념품, 학용품, 가전제품, 기타등등이

좁은 가게안에 빼곡하다.

바이칼에서 난 작은 돌맹이에 난초 그림을 그린 것을 한 개 샀다.(80 루블, 2,300원쯤)

 

저녁 7시 30분에 버스가 왔는데 이곳이 출발지인지 텅텅비었다.

원래 내 자리는 28번 이지만 앞자리의 편한 곳에 앉았다.

갈때도 휴게소엔 들리고...

울란우데에 거의 다 왔을 때 다른 사람이 운전사에게 뭐라고 하더니 버스는 울란우데 기차역으로 가서

정차를 했다.

그냥 터미널로 갔으면 나도 중간 시내에서 내려 달라고 했을텐데...(기차역서 숙소가 더 가깝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숙소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다.

호스텔 독차지...

혼자서 저녁을 챙겨 먹으면서 어제 기차에서 받은 훈제 생선 두마리를 안주로 맥주도 꿀꺽...

근데, 다시 먹어봐도 너무 짜다...

 

한 밤중...

혼자서 자는 데 쩨쩨가 어느새 들어와서 나를 깨운다.

 이 아가씨가 몽골 아줌마 관광객들을 데리고 왔는데 나더러 옆방으로 옮겨 달라는 것이다.

(내방엔 침대가 4개 였다)

그래서 한 밤중에 자다말고 이사를...

쩨쩨는 관광객 가이드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